Accessibility, live에서 본 웹 접근성과 AI
Dev Korea가 강남 AWS Korea 오피스에서 진행한 Accessibility, live에 다녀왔다. 시각장애가 있는 개발자와 전문가가 평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제로 보여주는 행사였다.
빠르게 돌아가는 스크린리더와 익숙한 쿠팡 웹페이지에서 길을 잃는 장면을 한자리에서 봤다. 그리고 AI 에이전트가 그 쇼핑몰을 대신 이용하는 모습까지. 행사가 끝날 즈음에는 질문이 하나 생겼다. 앞으로 AI가 웹을 대신 사용한다면, 웹 개발자가 접근성을 고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할까?

행사 시작 전
행사장은 생각보다 컸다. 한국어와 영어가 여기저기서 들렸고, 금발의 서양 참가자도 많이 눈에 띄었다. 개발자 행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성 참가자가 많다는 인상도 받았다.
시작 전부터 꽤 부산스러웠다. 서로 아는 사람들은 인사하느라 바빴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은 어쩌다 보니 비슷한 자리에 모여 앉아 행사장을 구경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암묵적인 솔로존이 만들어졌다.

나는 밥도 먹지 않고 왔다. 행사 일정에 식사 시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햄버거와 피자, 탄산음료가 보이자 일단 먹고 싶었다. 먼저 먹어도 되는지 여쭤봤지만 아직은 기다려 달라는 답을 들었다.
조금 뒤에 보니, 장애가 있는 참가자들을 먼저 안내한 다음 다른 참가자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제야 기다린 이유를 알았다. 좋았다.
음식을 안내하는 방식도 기억에 남는다. 기본적으로는 햄버거를 권했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거나 채식을 하는 참가자를 위한 피자도 준비되어 있었다. 누구나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전제하지 않는 운영이었다.

자리가 차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스몰토크가 시작됐다. 영어로.
무서웠다.
내 옆옆 자리에도 외국인 참가자가 앉더니 이쪽을 지긋이 바라봤다. 나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그러던 중 우리 사이의 빈자리에 시각장애가 있는 참가자 한 분이 안내를 받아 앉았다. 외국인은 곧바로 그분에게 말을 걸었다.
안도했다.
두 분은 아주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한마디 걸려올까 봐 긴장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내 영어 공부가 시급하다.
롱보드를 들고 온 개발자도 있었다. 내 가방에 매달린 보드와 묘하게 공명했다.
7시가 넘어가면서 행사장은 꽉 들어찼다.
서인호 님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시연
첫 번째 발표자는 전맹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서인호 님이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아이폰에서는 보이스오버를 사용했다. 스크린리더는 화면의 글자뿐 아니라 버튼이나 입력창 같은 요소에 대한 정보도 음성으로 전달하는 도구다. 그런데 그 음성이 엄청나게 빨랐다. 체감으로는 거의 5배속이었다. 나는 문장을 알아듣기도 전에 다음 안내가 지나갔다.
현장에서 보이스오버로 타이핑하는 과정도 시연해주셨지만, 화면을 확인할 수 없어 소리에 의존해야 했다. 빠른 낭독을 따라가는 것도 어려웠고, 중간중간 영어로 설명해주시는 내용도 놓쳤다. 사용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지 못한 건 아쉬웠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블랙핑크 노래를 얼마나 빨리 틀 수 있는지 보여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체감으로는 10초만에 음악이 나왔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이폰의 낭독 속도를 더 올릴 수 없어 느리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
저게 느린 거라고?
컴퓨터 시연도 이어졌다. 깃허브에 들어가고, 터미널에서 SSH로 접속하고, VS Code를 사용하는 과정이었다. 라이브 시연답게 중간중간 문제가 생겼다. 연결이 안 됐고, 와이파이를 직접 잡아야 했다.
문제가 생기자 해결 과정까지 그대로 시연이 됐다. 영문과 기호가 섞인 복잡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금방 입력하고, 필요한 명령어와 IP 주소도 막힘없이 입력했다. 내 눈에는 거의 외우고 계신 것처럼 보였다.

VS Code에서는 Remote - SSH 확장을 설치하는 모습도 보여주셨다. 설치 버튼을 바로 찾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지만, 탐색을 이어가며 결국 찾아냈다. 원하는 요소가 쉽게 잡히지 않을 때는 문자열 찾기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그 방법도 항상 잘 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과정이 오래 남았다.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도 인터페이스가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 멈추게 된다. 단축키를 많이 알고 빠르게 조작하는 능력과, 프로그램이 사용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풀스택으로 일하고 계신다는 설명도 있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백엔드에 비해 프런트엔드 작업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코드를 작성한 다음 화면에 나타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까지 생각하니, 평소 내가 눈으로 한 번 훑고 넘어가는 일들이 떠올랐다.
김찬홍 대표님의 쿠팡 사용 시연
두 번째 발표는 알리의 접근성 연구소 김찬홍 대표님이 맡았다. 저시력 당사자로서 웹을 사용하는 경험과 에이전틱 브라우징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어로 발표하고, 옆에서 같은 회사의 직원분이 영어로 통역해주셨다. 덕분에 이번에는 설명을 한결 편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먼저 데스크톱 스크린 리더인 보이스위드를 이용해 쿠팡에서 물건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셨다. 상황도 구체적이었다. 20대 조카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시연 도중 탐색이 여러 번 끊겼다.
제목을 찾아 이동하려고 H 키를 눌렀는데, 어느 순간 입력창에 문자가 들어갔다. 제목 탐색에 쓰던 키가 이제는 검색어를 입력하는 키가 된 것이다. 이어서 나타난 관련 검색어 목록에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10만 원대의 제품을 찾기 위해 가격 범위를 입력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가격대를 입력한 후 필터를 적용하려는데, 탐색이 적용 버튼으로 이동하지 않고 다음 목록으로 넘어갔다. 상품 상세 정보를 확인하는 버튼을 찾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상세 설명은 이미지로 되어 있어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보는 동안 답답했다. 가격 조건을 정했으면 그 조건에 맞는 상품을 보고 싶을 텐데, 그 전에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했다. 선물을 고르는 일 사이에 인터페이스를 탐색하는 일이 자꾸 끼어들었다.
화면에서 입력창과 버튼을 눈으로 찾을 수 있는 나에게는 짧은 이동이,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꽤 긴 탐색이 될 수 있었다.
에이전트에게 웹 사용을 맡기면
이어진 에이전틱 브라우징 시연에서는 흐름이 달라졌다. 사용자가 목표를 전달하면 AI 에이전트가 브라우저를 조작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고 작업을 진행했다.
적어도 내가 본 시연에서는, 사용자가 앞서처럼 UI 안에서 헤매는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 가격 입력창과 버튼을 하나씩 찾아다니는 일을 에이전트에게 맡길 수 있었다. 그 차이가 꽤 크게 느껴졌다.
물론 시연 한 번으로 모든 웹사이트에서 잘 작동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발표에서도 실제로 사용하기까지 남아 있는 어려움이 함께 다뤄졌다.
우선 설치와 설정부터 만만하지 않다. AI 도구와 브라우저, CDP나 Playwright 같은 브라우저 제어 수단을 연결해야 하는 구성이라면, 도구를 이용하기 위한 준비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된다.
비용도 있다. 에이전트가 작업 도중 막혀서 재시도를 반복하면 토큰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 목표를 전달했다고 해서 적당한 비용 안에서 알아서 마무리된다는 보장은 없다. 언제 멈출지, 어디까지 시도할지 역시 중요한 문제가 된다.
보안 문제도 남는다. 에이전트가 읽는 웹페이지에 작업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지시가 섞여 있을 수 있다. 프롬프트 인젝션처럼 외부 콘텐츠가 에이전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캡차와 봇 탐지, 자동화 방지, 요청 횟수 제한 같은 장치에 막힐 수도 있다. 사람에게 정당한 작업이어도, 이를 대신 수행하는 에이전트는 자동화된 접근으로 취급될 수 있다.
웹사이트의 구조도 여전히 중요하다. 무엇이 버튼인지, 어떤 입력값이 필요한지, 동작이 성공했는지가 불분명하면 에이전트도 더 많이 추론하거나 재시도해야 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가능성은 분명해 보였다. 특히 방금 전까지 버튼을 찾느라 끊기던 과정을 보고 나니, 사용자가 원하는 일을 말하고 그 수행을 맡길 수 있다는 변화가 실감 났다.
사람과 AI에게 필요한 웹은 같을까
시연을 보고 나서 웹 개발자 입장에서 질문이 생겼다.
에이전트가 웹 사용을 더 많이 대신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사람이 직접 조작할 때 필요한 접근성의 세부 사항보다 AI가 읽고 조작하기 좋은 구조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까?
웹 접근성과 AI가 읽기 쉬운 웹은 분명히 상충하는 지점이 있다. 사람이 직접 사용하기 편하도록 만든 상호작용이, 같은 작업을 에이전트에게 맡길 때는 불필요한 절차나 추가 비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예시는 이런 것들이었다.
- 대화상자를 닫은 뒤 원래 버튼으로 포커스를 돌려주는 일은 사람이 작업을 이어가는 데 중요하다. 반면 요소를 직접 지정해 조작하는 에이전트에게는 그 필요성이 작다.
- 긴 신청서를 여러 단계로 나누면 사람은 한 번에 살펴볼 내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한 화면에서 입력할 수 있었던 정보를 나누어 놓으면, 에이전트는 단계마다 이동하고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사람의 인지 부담을 줄이는 설계가 에이전트의 작업 단계는 늘리는 셈이다.
- 달력에서 방향키로 날짜를 탐색하는 체계는 키보드 사용자에게 필요하다. 날짜 입력란을 직접 찾아 값을 넣을 수 있는 에이전트에게는 같은 이동 체계가 필수가 아니다.
aria-live="polite"처럼 현재 낭독을 방해하지 않도록 변경 사항을 알리는 방식은 스크린리더 사용자에게 중요하다. 페이지 상태를 직접 읽는 에이전트는 같은 낭독 순서와 타이밍에 의존하지 않는다.
특히 다단계 신청서처럼 사람이 사용하기 편한 흐름과 에이전트가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좋은 흐름이 상충하는 경우, 개발자는 어느 쪽을 우선할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궁금했던 것도 이 선택의 방향이었다.
상충하는 지점은 에이전트의 작동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키보드로 화면을 조작하는 에이전트라면 포커스의 영향을 받는다. 모든 AI가 사람의 조작 과정을 건너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Microsoft의 Playwright MCP는 구조화된 접근성 스냅샷을 이용해 에이전트가 웹페이지와 상호작용하도록 한다. 사람이 쓰는 보조 기술에 필요한 정보가 에이전트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예다. 버튼의 이름과 역할, 상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이 두 방향 모두에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우선순위에 대한 궁금증은 남았다. 사람을 위한 상호작용과 에이전트를 위한 인터페이스는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까?
김찬홍 대표님께 여쭤본 질문
세션이 끝난 뒤 김찬홍 대표님께 이 질문을 드렸다. 웹 접근성과 AI가 읽기 쉬운 웹 사이에 상충하는 지점이 있는데, 에이전틱 웹이 앞으로 더 발전한다면 개발자도 AI가 읽기 쉬운 웹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여쭤봤다.

내가 기억하는 답변의 요지는 이렇다.
지금은 과도기라는 것이다. 현재는 웹 접근성과 에이전틱 웹이 서로 다른 기술 분야처럼 보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둘은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융화될 수 있다고 보셨다. 접근성 기술과 브라우저 기술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이셨다.
관련 기술이 접근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말씀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단체와 기술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녹음해 둘걸.
답변을 듣고 나니, 내가 생각하던 개발 방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에이전트가 이해하기 좋은 구조를 만드는 일에는 분명 가치가 있다. 동시에 사용자가 직접 탐색하고, 에이전트가 한 일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이어서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필요하겠다.
아직 어느 쪽의 중요도가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날 본 장면들은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내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던 손, 연결 문제를 그 자리에서 해결하던 과정, 그리고 조카의 선물을 고르다가 검색창과 추천 목록 사이에서 막히던 순간들.
다음에 웹을 만들 때는 내가 눈으로 훑으며 넘어간 단계를 다른 사용자가 어떻게 통과할지 한 번 더 확인하게 될 것 같다. 그 사이에서 에이전트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
덧붙임
이날은 하드웨어프로그래밍 전공 수업과 일정이 겹쳤다. 교수님과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하고, 주최자분이 발급해주신 참가증명서를 제출해 공결 처리를 받을 수 있었다. 참석을 배려해주신 교수님과 증명서를 발급해주신 주최자분께 감사드린다.